사라지지 않던 한 가지 맛
어릴 때 동네 작은 빵집에서 사 먹던 밤식빵이 있습니다.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식빵 위에 밤 토핑이 겹겹이 올라가 있었고, 겉은 고소하고 속은 촉촉했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렀던 그 빵집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됐지만, 맛의 기억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여러 빵집을 가 봐도 그때 그 맛을 넘어서는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밤식빵은 있었지만, 그날의 기억과 겹치는 맛은 없었습니다. 가격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한 조각을 먹었을 때 떠오르는 감정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좋은 빵집을 찾자'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만들 수 있을까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부터 답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질문이 퇴사 무렵 다시 표면으로 올라왔습니다.
퇴사한 날, 다시 떠오른 생각
2024년 9월, 퇴사한 날 저녁이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사 온 빵을 뜯다가 문득 그 밤식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기분은 복잡했지만, 빵을 먹는 순간은 이상하게도 조용했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이 맛을 내가 만들어, 우리 가족과 나누자고. 취미로 한 번 구워 보자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배워서 오래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가족에게 '맛있는 빵집을 찾았다'고 말하는 것과, '이번에 내가 구웠다'고 말하는 것은 저에게 다른 무게였습니다.
기능사 전, 집에서 먼저 해 본 것들
결심 직후 유튜브와 블로그 레시피로 몇 번 구워 봤습니다. 결과는 먹을 수는 있지만 '그 맛'은 아니다였습니다. 겉은 타고 속은 덜 익거나, 밤 토핑은 올렸는데 식감이 뭉개지는 경우가 반복됐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은 레시피 한 줄이 문제가 아니라, 반죽 온도·발효 시간·오븐 예열·스팀이 동시에 어긋나면 같은 그램수도 전혀 다른 빵이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레시피를 바꾸자'기보다 '기본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변수를 만지고 있었다'고 정리하는 편이 맞았습니다.
- 실패 1: 이스트 양만 조절 → 발효는 됐지만 향이 납작함
- 실패 2: 오븐 온도만 올림 → 겉만 빨리 익고 속 조직이 촘촘하지 않음
- 실패 3: 밤 토핑을 늦게 올림 → 흘러내리거나 겉과 분리됨
이 경험이 기능사를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였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추억의 맛에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실패 때는 반죽 종료 온도를 재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따뜻하다'만 적어 두었는데, 나중에 메모를 다시 읽으니 같은 말이 24°C인지 28°C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그때부터 저울과 온도계를 주방 상단 선반에 고정해 두었습니다.
왜 취미가 아니라 기능사였나
제빵기능사는 '자격증'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기본기를 순서대로 익히는 루트였습니다. 실기에서 반죽·성형·굽기를 반복하고, 필기에서 재료와 공정을 정리하면서, 막연한 추억을 손에 잡히는 기술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다른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취미반만 다니거나, SNS 레시피만 따라 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제 목표가 '한 번 구워 보기'가 아니라 가족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였기에, 시험 일정이 있는 기능사가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목표: 추억의 밤식빵에 가깝게 가기 위한 기초 다지기
- 기간: 2024년 9월 ~ 2025년 5월 (약 8개월)
- 결과: 2025년 5월 제빵기능사 합격
합격이 목적이었지만, 합격만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시험 과정에서 익힌 반죽 감각이 이후 R&D의 바닥이 됐습니다.
합격이 끝이 아닌 이유
2025년 5월 합격 후에도 제가 찾는 그 밤식빵은 아직 연구 중입니다. 기능사 시험용 반죽과, 기억 속 맛을 재현하는 반죽은 같은 '빵'이어도 접근이 다릅니다. 시험에서는 정해진 규격과 시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하고, 추억의 맛은 향과 식감의 기억을 맞추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본문은 두 갈래로 쌓습니다.
- 제빵기능사 시리즈 — 준비·시험·합격까지의 경험 (6편)
- 빵 R&D 일지 — 합격 이후, 실패와 수정, 나만의 노하우
이 글은 시리즈 1편입니다. 전체 순서는 6편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고, 다음 본편은 시험 구조와 8개월 준비 로드맵입니다.
합격 통지를 받은 날 오후, 학원 선배가 '이제 끝이냐'고 물었을 때 저는 '아직'이라고 답했습니다. 시험장에서 만든 식빵과 동네 빵집 기억 사이에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께
기능사를 준비 중이거나, 퇴사 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분이라면 이 시리즈가 시간표와 실수 포인트를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완벽한 루트'를 제시하기보다, 제가 실제로 걸었던 길을 남기는 쪽을 택했습니다.
학원·독학 비율, 하루 연습 시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글에서는 가능한 한 순서와 판단 기준을 적고, 숫자는 제 경험 범위 안에서만 씁니다. 다른 환경이라면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무엇을 먼저 맞출지 참고해 주세요.
실전 적용 노트
기능사를 고민할 때 저는 '열정'보다 순서를 먼저 적었습니다. (1) 만들고 싶은 빵 한 줄 (2) 지금 손에서 되는 것·안 되는 것 (3) 시험 일정 역산. 이 세 가지가 있으면 학원 상담·교재 선택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가족에게 먼저 말했다는 점도 작지만 중요했습니다. '빵을 배우겠다'고 말하면 이후 연습 시간·실패 빵 처리·주방 점유를 가족과 맞추기 쉬워집니다. 혼자만의 결심이면 중간에 일정이 흐려질 때 설명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밤식빵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기능사 과정에서 익힌 반죽 감각과 기록 습관은 R&D에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1편은 동기와 선택 이유만 다룹니다. 구체 일정은 2편, 전체 순서는 목차 글을 참고해 주세요.
정리하며
밤식빵 한 조각에서 시작한 결심이 기능사 합격까지 이어졌지만, 아직 찾는 맛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간극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쓸 글의 이유로 봅니다.
1편을 읽으셨다면, 2편 로드맵 글에서 시험 구조와 8개월 일정을 이어서 보시면 흐름이 잡힙니다. 궁금한 점은 문의로 남겨 주세요. 오류나 다른 경험이 있으면 수정일과 함께 반영하겠습니다.
초보자가 자주 실수하는 포인트
- 레시피만 바꾸고 반죽·발효·오븐 변수는 그대로 두기
- 기능사를 '자격증 취득'만으로 보고 시험 후 연습 계획 없이 끝내기
- 퇴사·인생 이야기를 매 글마다 반복해 주제가 흐려지게 쓰기
- 합격 직후 바로 '완성'이라고 느껴 추억의 맛 재현을 미루기
체크리스트
- 내가 만들고 싶은 빵 한 가지를 문장으로 적기
- 기능사 전 집에서 해 본 시도와 실패 한 가지씩 기록하기
- 시험 목표일과 역산 일정(몇 개월) 대략 잡기
- 시리즈 2편에서 시험 구조·월별 루틴 확인하기
자주 묻는 질문
- 퇴사 후 바로 기능사 준비를 시작했나요?
- 2024년 9월 퇴사 후 같은 달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2025년 5월 합격했습니다. 학원 등록 전 약 2주는 시험 일정과 과목 구조만 파악했습니다.
- 이 블로그에서 퇴사 이야기는 어디에 있나요?
- 퇴사·인생 전환 이야기는 소개 페이지에 담고, 본문 글은 제빵기능사와 빵 연구가 중심입니다.
- 기능사 없이 집에서만 연습해도 되나요?
- 가능합니다. 다만 저는 기본기 순서를 잡기 위해 기능사 루트를 선택했습니다. 목표가 '가족과 나눌 한 가지 빵'이라면 학원·독학 비율은 달라져도 됩니다.
이 글은 운영자의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오븐·재료·환경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식품 위생·알레르기 등 건강 관련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